샹고는 번개를 다룰 수 있는 존재였다고들 하지.
나 또한 번개를 다룬다. 숫양 뼈로 만들어진 가면을 쓰면 하늘이 기꺼이 지상으로 은빛 철퇴를 내린다.
이를 본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저 늙은이가 감히 신의 분노를 빌렸다고.
그리 칭해지는 능력이니 당연히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상대가 피뢰침을 대신할만한 물건을 지녀야지만 번개가 '제대로'
내리꽃힌다. 물론 위력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적이 아닌 이가 그런 물건-금속 창, 우산, 금속 장식...-을 가지고 있다면 쓸 수 없다.
평소에는 어두운 곳을 밝히는 용도로 사용하곤 했다.
숫양 뿔의 분노
[ 오바 oda ]
우아하게 뻗은 커다란 뿔의 세월의 결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숫양의 두개골에 사제의 상징과
달그락거리는 비즈를 달아 만든 가면은 어쩐지 모르게 투박하기도 하다.
숫양 뿔 가면
포근한 | 상냥한 | 무른
나를 아는 이들은 나를 '상냥한 독종'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모르겠다.
남편과는 이혼했다. 자식은 없다. 젊은 것들이 다 늙은 나이에 무슨 이혼이냐고 툴툴대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래야만 했다는 사실을. 허나 그 이유를 너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젊은 것들과 똑같이.
하늘하늘한 옷과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뭐, 알아두라고.
사실 전자는 싸울 때 거슬리겠지만 직접 뛰어야 하는 능력도 아니고,
관절도 아파와서 격하게 움직일 수도 없어서 상관 없다.
생일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억하기엔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났다.
혈액형은 아마 O형.
틱, 틱, 지팡이를 바닥에 두드리거나 조용한 시선으로 사람의 모든 부분을 관찰하기.
나의 그러한 버릇이 기분 나쁘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나는 상관쓰지 않는다. 바꾸기에는 힘이 너무 많이 든다.
그 과연 오랜 세월을 다 표현할 수 있겠나? 나는 내 삶을 잘 모른다.
그렇기에 설명할 수 없다. 네가 이해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나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나는 인간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내 신을 위해 살고 있다.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 삶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이 능력이 내게 찾아온 뒤로 나는 기자 일을 그만두고 사제가 되었다.